제4부 귀족원의 자칭 도서 위원
278.프롤로그
나는 페르디난드. 최근 며칠 사이에 로제마인은 유레베의 푸른 약물에 잠긴 채, 때로는 눈꺼풀이 열고 초점이 맞지 않은 눈을 금방 닫아 버리는 것을 반복하고 있다. 각성이 가까워진 것은 알고 있지만, 유레베에 잠긴 채 몸은 아직 떠오르지 않는다. 수확제 동안 모습을 보려고 몇번이나 기수로 돌아왔지만, 화가 날 정도로 진전이 느렸다. 그런 로제마인이 드디어 완만하게 눈을 뜬 뒤, 더 이상의 치료는 무리라고 하듯 몸이 천천히 떠올랐다.
나는 유레베에 손을 넣고, 제대로 호흡하지 못하는 로제마인의 등을 두드린다. 입이나 기관지에 있던 유레베를 토하면서 한참동안 콜록거린 후 호흡을 할 수 있게됐다. "아픕니다, 신관장" 그런 원망스러운 시선을 받아야할 이유를 모르겠다. 어차피 겨울의 사교계가 시작되기 전에 로제마인이 일어나서 좋았다. 귀족원에 늦을까 우려했지만 잘 된 것 같다. "목욕이 끝나면 다시 부르겠다. 그때 네가 잠들었던 기간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마. 질문이 있다면 그때 해라" 유레베에서 꺼낸 로제마인을 껴안고 공방을 나온다. 주인의 각성을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던 프랑에게 주고 나는 내 방으로 돌아갔다. "신전장은 일어나게 되었군요. 이 작은 얼룩은 신전장의 것인가요?" 근시에 지적된 곳은 로제마인이 안겨있던 부분이다. 작은 얼룩이 엄청 많다. 유레베에 손을 넣고, 로제마인을 일으키거나 번쩍 안았기 때문에 신관 옷이 너무 형편없어졌다. "신관장, 갈아입을 옷을 드릴까요?" "아, 부탁한다" 갈아입을 옷을 가지고 온 근시도 로제마인이 눈 뜬 것에 안심하고 있는지 표정을 풀고 드물게 농담을 한다. 나의 근시도 로제마인의 각성을 기다리고 있었다. ……눈을 떳으니, 이제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나는 한숨을 섞으며 집무 책상의 구석에 몇개나 있는 노란색 마석으로 시선을 돌렸다. 로제마인은 언제 깨어나는지를 외치는 올도난츠가 지난 반년동안 정말 많아 진저리 나게 왔다.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로제마인의 마력에 초조했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다. 로제마인이 언제 깨어나는지 궁금한 건 이쪽이라고 몇번 소리 지르고 싶어졌는지 알까? 무사히 깨어났다는 큰 안도와 함께 불안도 있다. 유레베에 젖어 있던 이상 당연한 일이지만, 로제마인에게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의식과 기억은 물론, 모습도 2년 전에 멈추어 있다. 아까보니 로제마인은 성장한 근시를 보고 놀라서 눈을 부릅뜨고 나를 올려다 보았는데, 몹시 불안한 표정으로 나의 소매를 잡고 있었다. 로제마인이 주위의 성장과 자신의 모습에 타협해야 하는건 지금부터다. "저쪽의 근시에게 준비가 끝나면 부르라고 전해라" "알겠습니다" 옷을 갈아입는걸 마친 나는 책상 모퉁이에 있는 노란 마석을 슈타프로 가볍게 두드려서 마력을 주입했다. 20개가 넘는 마석 모두 올도난츠로 변화시키자 주위는 하얀 새로 가득찼다. 거기를 향해서 나는 말한다. "로제마인이 일어났다. 건강에 문제가 없다면 사흘 뒤 3의 종에 성으로 데려간다. 아직 정상이 아니기 때문에 신전에는 오지 않았으면 한다" 그러면서 슈타프를 흔들고 올도난츠를 일제히 날아보냈다. 참고로, 십수마리의 올도난츠는 보니파티우스님의 답장이다. 한마리의 올도난츠가 세번 같은 말을 반복하니, 같은 전언을 40번이 넘게 들을 것이다. 그런 보니파티우스님의 모습을 떠올리자 나는 약간 기분이 좋아졌다. 최근 몇개월 동안 매일 로제마인이 깨었는지 묻는 올도난츠를 날린것에 대한 작은 복수다. 나의 기분이 좋았던 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로제마인이 귀족원에 가기 전까지 기억해야할 항목을 정리한 자료를 꺼내고 있는데 엄청난 소리를 가진 올도난츠가 돌아온 것이다. "뭐어어어어라아아아아고오오오오!!! 로제마인이! 눈을! 떳다고오오오오오!?" 신전에 울려 퍼지는 목소리를 세번이나 듣고 나는 관자 놀이를 누를 수 밖에 없었다. 로제마인이 잘 때도, 일어날 때도 보니파티우스님은 귀찮다. 더 이상 상대할 마음도 들지 않은 나는 마석으로 돌아간 올도난츠를 방치하고 자료 확인을 하고 있을때, 근시가 말을 걸어왔다. "신관장, 신전장의 준비가 끝났다고 합니다" "알았다. 가자" "신관장, 자,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로제마인은 긴 의자에 힘없이 드러누운 채 이쪽을 바라보고 그렇게 말했다. 금빛 눈동자와 어조만은 건강함 그 자체이지만, 2년간 계속 자던 로제마인의 몸은 스스로 지탱하는것 조차 어려울 정도로 약해진 것 같다. …… 이렇게 길게 유레베를 썻다는 기록은 없다. 귀중한 자료가 될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약해져 있는지 알아보려고 내가 관찰하고 있자 로제마인이 "말씀을 해주세요!"라며 입으로는 건강하게 말하지만, 손 끝으로 긴 의자의 바닥을 두드린다. 아무래도 이것이 지금의 로제마인에게는 최고의 항의 같다. "……여기서는 못할 이야기도 있다. 저쪽에서 하는게 좋겠지?" 성에서 발생한 각종 사건은 신전에서 공공연하게 말해서는 안된다. 내가 숨겨진 방을 가리키자 로제마인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엎드렸다. "거기 간다면 데려가주세요.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그런것 같구나. 눈을 뜨고 부터 감각은 바뀌지 않은건가? 그리고 조금씩 움직이는 부분은 늘고 있는가? 어느 정도면 예전과 똑같이 움직일 수 있을지, 알겠는가?" 내가 묻자 로제마인은 상냥한 미소를 짓고 "신관장은 정말 매드 사이언티스트네요"라고 말했다. 매드 사이언티스트란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욕이라는건 이해한 만큼 로제마인의 이마를 당당하게 쳤다. 로제마인이 "아파!"라고 외치고, 평소에는 바로 이마를 누르는 손이 거의 움직이지 않으며 느리디 느린 움직임으로 올라갔다. ……지금이 이 상태라면 보통처럼 움직일 정도까지 근육이 회복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금방 좋아진다면 좋겠지만 원래부터 없는 근력을 키우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텐데, 귀족원이 늦어질 것 가능성도 있구나. 로제마인의 상태를 관찰하면서 나는 숨겨진 방문을 열고 프랑과 자무에게 로제마인용 의자를 옮기게 한다. 나는 로제마인의 앞으로 의자를 들고 가 마주 앉았다. 프랑과 자무가 나가고 문이 닫히고 로제마인을 보는 순간, 불만이 가득찬 표정으로 바꿨다 "신관장, 저 뭔가 매우 『 우라시마 타로 』 같은데요!" "……뭐야, 그건? 의미를 모른다" "여기에서 나가기 전까진 미간의 주름도 전혀 변화 없는 신관장만 봐서 2년이나 지난걸 별로 실감 못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나가자 니코도 모니카도 커지고, 머리를 올리고 있고, 치마가 길어져 있고, 길이 너무 커져 있고……" 실은 샤를로트도 로제마인보다 크다. 샤를로트의 "언니"이기 때문에 바보같이 노력하던 로제마인이 샤를로트보다 작은걸 알면 어떻게 될까. …… 어떻게 되도 뭐 어쩔 수 없겠지. 하,하고 내가 한숨을 뱉은 순간, 로제마인의 마력이 불안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흥분한 것처럼 불안을 호소하는 로제마인의 눈빛은 낯익은 황금색에서 기름띠가 같은 무지개 빛으로 바뀐다. "나 완전히 따돌림을 당하잖아요! 주위가 내가 모르는 세계 같아서 기분 나쁩니다!" "로제마인, 진정해라" "무리야! 왜냐면, 주위가 전혀 다른걸!? 나 말고 모두……" "이 2년 사이에 너의 마력의 흐름도 달라졌다. 침착하지 않으면 폭주한다" 이미 마력의 흔들림이 눈으로 보인다. 이렇게 될 것이라고 예측은 했기 때문에, 나는 허리의 주머니에 준비한 마석을 꺼내, 로제마인의 이마에 닿게했다. 순식간에 마력이 쌓인다. 몇가지 마석이 자신의 마력으로 순식간에 물들어 가는 모습을 본 로제마인이 놀란 듯 눈을 뜬 뒤 몇번 깜박거리며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숨을 가다듬는다. 그리고 힘이 들어가지 않아 떨리는 손을 뻗어 아까처럼 나의 소매를 잡았다. "……신관장, 이 2년간 뭐가 있었는지 제대로 가르쳐 주세요. 모두가 너무 바뀌어서 밖에 나가기가 무섭습니다" "뭐가 있었다고 해도, 어디서부터 말할까……" "납치범은 잡혔습니까? 샤를로트는 무사합니까?" 나에게는 2년 전에 끝난 일이지만, 로제마인에게는 방금전 일어난 일이라는걸 생각해냈다. 이 정도로 감각이 다르면 2년의 공백을 메우는건 예상 이상으로 힘들것 같다. 샤를로트의 유괴범은 로즈마리의 친족으로 이미 처형된 것., 다만 그는 로제마인의 유괴나 투약에 관여하지 않은 것, 그에게 몸을 먹히는 병사를 제공한 겔랏하 자작이 수상하지만 증거가 없고 습격이 있었다고 알려진 때에는 봉쇄된 방에 있던 것, 호위기사는 틀린 동작을 취한 것은 아니지만 주인을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감봉 처분된 것을 이야기했다. "호위기사들이 심한 처분을 받지 않아서 다행입니다. 참, 지시는 내렸습니다만, 겨울의 어린이 방은 어떻게 됐어요?" "어린이 방에 관해서는 샤를로트와 빌프리트가 너의 지시대로 운영하려고 분투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린이 방의 근시에게 보고가 있었고, 그림책의 운반과 대출을 하던 다무엘도 비슷한 보고가 있었다. 교재의 회수 및 대출에는 피리네라는 하급 귀족이 상당히 협력해 준 것 같다" 꽤나 로제마인을 좋아하는 것 같은 하급 귀족의 피리네라는 이름은 다무엘에게도 빌프리트에게도 샤를로트한테도 나왔다. 로제마인도 짚이는 이름이었는지 표정을 조금 느슨하게 했다. "그렇습니까, 피리네가...." "그때 어린이 방에서 여러가지 이야기가 모였지만, 적은게 아이라서 책으로 만드는건 불가능했다고 한다. 너의 근시들이 한탄하더군" 그 모습을 떠올린건지 로제마인이 작게 웃었다. "하세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제대로 기원식이 진행되었습니까?" "자기 때문에 힘든 일을 당했으니 너를 대신하고 싶다고 신청한 샤를로트가 하세의 기원식을 지냈다" "……마력은 부족하지 않았나요?" 눈을 깜박거리는 로제마인에게 나는 가볍게 어깨를 움츠렸다.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유레베에 풀리기 시작한 너의 마력을 이용해 샤를로트와 빌프리트가 기원식을 했다. 수확제도 다니며 물품을 받아 왔다. 올해 기원식에도 도움을 받았지. 둘 다 마석 취급이 약간은 익숙해진 것 같더군" " 그렇습니까……. 성장했네요 " 로제마인이 눈을 감고 몹시 외로운 듯 중얼거린다. "2년이 지났으니까" "……그렇죠. 거리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2년이나 지났다면 가족들이 많이 걱정할 것 같은데……" "너의 가족이 어떤지는 이쪽으로 보고가 오르지 않는다. 거리쪽에서 보고가 오는건 수동 펌프가 조금씩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가족에 관해서는 공방을 맡은 근시들이 알고 있을거다" "……나중에 길이랑 프리츠에게 물어보겠습니다. 인쇄업은 정체인가요? 일크나의 종이 만들기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모처럼 좋은 상태로 진행되고 있었는데,라고 중얼거리는 로제마인에게 일크나의 종이 마련도 좋고, 폴크의 매매 계약도 무사히 끝나 올해 수확제 때에는 폴크의 아이가 생겼다고 전했다. "잘 지내나요? 다행히다" "그리고 네가 지휘하는 인쇄업이 주춤할 것을 우려한 엘비라가 자신의 친정인 할덴체르에서 인쇄업을 시작했다. 그 때문에 구텐베르크라는 집단이 총 동원되면서 올해 봄부터 가을까지 할덴체르에 갔었다. 수확제 후에 돌아왔다고 최근 베노에게서 보고가 있었다" "네? 어, 어머님이 인쇄업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뜬 로제마인에게 나는 깊이 고개를 끄덕였다. 엘비라는 일에 압도될 나 대신 어머니로서 로제마인의 추진하는 인쇄업을 넓혀 준 것이다. 엘비라는 상급 귀족이므로 당연히 장사는 잘 모른다. 그래서 벤노가 상당히 힘들어한 것 같았지만 나는 조금 편안하게 되었다. "엘비라의 마음 씀씀이에 감사한다고 전해라 " "물론 저는 어머님에게 감사합니다만……" 뭔가 미묘한 표정으로 로제마인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단 몇초 사이에 뭔가 말하고 싶은 눈을 하던 로제마인은 살며시 눈을 감고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뭐, 상관없나"라는 얼굴이다. "……뭐야, 뭘 말하고 싶지?" "아니요, 아무것도 아닙니다. 신관장이 잘도 허가를 냈다고 생각하는 것 뿐이에요" "솔직히 나는 인쇄업까지 신경쓸수 없었으니까. 엘비라가 대신 해준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었다" 로제마인이 끌어안고 있던 일감은 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그건 이미 아는 일이지만, 나 혼자 짊어질만한 양도 아니라 주위에 많이 분산해야 했다. 계산기가 없어진 것만으로도 타격이 컸는데, 각종 의식, 고아원과 공방의 운영, 프랭탕 상회와 거래가 내 일에 추가됐다. 신전의 일만으로도 머리를 안고 싶어지는 일감이다. 거기다 로제마인이라는 방파제가 없어져 성으로 불리는 횟수도 늘어났다. 거기에는 질베스타뿐만 아니라 범인은 겔랏하 자작이 틀림없으니까 적당한 함정을 준비해서라도 증거를 만들라는 엉뚱한 말을 하고 빨리 로제마인을 보고 싶다고 시끄럽게 구는 보니파티우스님도 있었다. 그리고 로제마인이 자는 동안 영주 가문의 호위기사를 조금이라도 강하게 한다고 보니파티우스님이 날뛰는 바람에 나의 조수를 맡을 수 있는 에크하르트, 주인 대신 일할 수 있다길래 일을 맡기기 시작한 로제마인의 호위기사까지 훈련을 들어가 버렸던 것이다. 최악이다. "그래서, 옛 베로니카 파벌은 차분했나요?" "현재 에렌페스트 내에서는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겔랏하 자작도 꼬리를 잡히지 않도록 교묘히 달아나고 있다. 함정을 설치해서라도 증거를 잡으라는 엉뚱한 짓을 시키는 사람도 있었지만, 눈앞의 일을 해내는게 고작이었다" "제 일이 다 신관장에게 간 모양이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이제부터는 되도록 제가 하겠습니다……. 이 몸을 어떻게든 해야겠지만" 분명히 이 상태로는 로제마인이 일을 돕는건 어려울 것이다. 천천히 경과를 관찰하고 있을때가 아니었다. 시급히 손을 써야겠다. "게오르기네의 방문은 막았다. 현재 영지는 아렌스바흐와 전혀 교류를 갖지 않도록 유의하고 있으니 저쪽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그렇구나. 다음은 램프레히트가 소동의 발단으로 보인다고 우려하고 있다" "램프레히트 오라버님이요?" 나는 여기 2년의 움직임을 기억하면서 약간 눈살을 찌푸렸다. 로제마인이 잠에 빠진 2년 전 겨울 끝 무렵, 램프레히트는 연인의 졸업을 축하하기 위해 귀족원 졸업식으로 갔다. 재학 중에는 연인보다 램프레히트가 마력이 낮아, 그녀의 아버지가 난색을 표하고 있었지만, 로제마인에게 마력 압축의 요령을 배운덕분에 겨울 사이에 조금이지만 마력이 늘어났다. "그래서 그녀의 아버님이 인정하셨나요?" "그렇다. 아직도 늘릴수 있다면 나쁘지 않다고 한 것 같다. 그리고 램프레히트은 귀족원에서 돌아온 다음, 자신의 아버지인 칼스테드와 질베스타에게 결혼 허가 신청을 냈다" 호호,하며 로제마인의 눈이 빛나고 이야기를 재촉한다. 왜 여자는 이런 남의 연애 이야기가 좋을까. 전혀 이해할 수 없다. 한숨을 뱉은 뒤, 나는 이야기를 계속한다. 어차피 로제마인이 즐거워할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램프레히트의 연인은 아렌스바흐의 상급 귀족이어서 신청은 즉각 기각됐다. 본인도 에렌페스트의 정세를 알고 기각당하는건 알고 있었는지, 역시,라고 고개를 끄덕이고 연인에게 작별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연인끼리 결혼한다고 정했더라도 부모의 허가와 영주의 허가가 없으면 혼인이 성립되지 않는다. 귀족원 졸업식에 함께 출석하는건 개인의 감정으로 허용돼도, 그 앞에는 여러 제약이 있다. "……램프레히트 오라버님은 빌프리트 오라버님의 호위기사니까요. 역시 아렌스바흐의 아가씨와 혼인은 어렵겠네요" 로제마인은 슬픈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본래라면, 신청이 기각되고, 이별의 편지를 보내고 그걸로 끝날 터였다. 하지만, 램프레히트의 연인은 영주의 조카였다. 작년 봄 영주 회의에서 아우브·아렌스바흐가 왜 신청을 기각했냐고 추궁한 것이다" "우와……" 영주 회의에서 추궁 받은 질베스타는 램프레히트 외에도 아렌스바흐의 딸과 결혼을 바라는 귀족들이 있는 것, 지금처럼 귀족이 적은 상황에서 마력이 강한 아이를 낳는 상류 귀족의 딸을 멀리 내고 싶어 하는 영주가 없는 것, 아렌스바흐보다 약소한 에렌페스트는 아무리 결혼시켜 주고 싶어도 남자를 보낼 여력도 없는 것, 램프레히트의 혼인만 허가하는 불평등한 것은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밝히고 아우브·아렌스바흐를 물리친 것이다. "하지만 올해의 귀족 회의에서도 말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한다. 그 때문에 귀족원에 들어가 아렌스바흐의 정세를 잘 찾아 오거라" "……하아, 뭐, 최대한 노력하겠습니다"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이는 로제마인의 대답에 나는 관자 놀이를 눌렀다. "듣고 있는가, 로제마인?" "듣고는 있지만, 영지 간의 문제로 결혼할 수 없는 것이 확정된 램프레히트 오라버님은 아무래도 좋습니다. 그보다는 브리깃테와 다무엘은 어떻게 됐어요?" "……너는 가족인 오빠의 결혼보다 호위기사의 결혼 쪽이 마음에 걸리는가?" "함께 있던 시간이 다르니까요" 로제마인의 말에 나는 숨을 삼켰다. 빌프리트와 샤를로트를 애지중지 하고 있었으므로, 가족이라는 틀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로제마인의 안으로 들어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로제마인의 집안 의식이 피와 가족이라는 틀에 의한 것이 아니라 자신과의 교류로 우열을 가리는 거였다. 누구나 제 식구 취급하는, 자꾸 자꾸 제 식구를 늘리는 로제마인에게도 뚜렷한 구별이 있음을 처음 알게 됐다. "다무엘의 청혼은 어떻게 된 거죠?" "미안하지만, 그 두 사람의 혼인은 성사되지 않았다" "왜, 왜요? 어째서!?" 로제마인이 경악하며 눈을 부릅뜬다. "다무엘이 너의 호위기사를 계속하기를 희망했기 때문이다. 마음이 맞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아쉽네요" "주위 사정으로 안 되는 경우는 많이 있을텐데. 너는 한번 성인이었던 기억이 있으니 그 정도는 알고 있겠지?" "책에서는 여러가지 있긴 했지만, 그, 내 주위에서는 안 된 사람이 없었습니다" 아, 그랬구나,하는 납득의 숨을 토하다. 그녀가 있던 세계는 다른 세계다. 다양한 것에 차이가 있었다. 이런 쪽으로 여러가지 상식이 다른 듯 하다. "그들의 혼인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길이 있었다. 중급 귀족이고 영지를 가진 가문인 브리깃테가 하급 귀족으로 신분을 떨어뜨리거나, 하급 귀족의 차남인 다무엘이 혼인에 의해서 중급 귀족으로 오를지다" "다무엘이 오르면 전혀 문제 없죠?" 쉽게 말하는 로제마인은 귀족 간의 일을 전혀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다. "바보. 그건 다무엘이 호위기사를 그만두고 일크나에 들어가는 것이다. 보통의 하급 기사라면 그래도 좋았을 것이다. 실제로 하급 귀족에게 호위기사를 맞기는것 보다 중급이나 상급 기사를 너에게 붙이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다무엘은 특수하다. 너의 사정에 밝고, 네 덕분에 지위가 올라갔다. 그렇기 때문에 네가 그만두라고 말할 때까지 자신의 의사로 그만둘 수 없는 입장이다" 제삼자는 물론 청혼한 브리깃테도 다무엘이 로제마인이 평민이었을 때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을 모른다. 다무엘이 브리깃테의 제의를 거절했을 때는 "아깝다"라는 말이 사방에서 나왔다. 물론 다무엘의 충성심을 칭찬하는 소리도 나오고 있었지만. "그럼 당장 다무엘에게 그만둬도 좋아,라고 말하면, 두 사람은 결혼 합니까?" "이미 늦었다. 브리깃테는 엘비라가 소개한 중급 귀족의 아들과 이 여름에 결혼하고 일크나로 돌아갔다" 내 말에 "너무 빠르잖아. 믿을 수 없어"라고 로제마인이 멍한 얼굴로 중얼거린다. 두 사람을 축복하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중요한 정보를 쥐고 있는 다무엘을 진심으로 해임하고 일크나에 보낼 생각이었던 것 같은 로제마인을 보고 나는 엘비라의 수완에 박수를 보낸다. "참, 너의 전속 요리사도 결혼 허가를 구하는 신청이 있었다. 이쪽도 주인인 네가 아니면 허가할 수 없어서 보류로 했다. 끝난 두 사람보다, 이 처리를 먼저 해라" "……마침내 푸고에게도 봄이 왔군요" 웃으려고 했다가 실패한 로제마인이 "축하합니다"라고 중얼거린다. 조금 전 "주위가 바뀌어서 무섭다"라고 말했을 때와 같은 얼굴이다. "고아원과 공방에 관해서는 너의 근시가 나보다 자세히 알 것이다. 그쪽의 보고는 근시에게 맡기는 게 잘 알거라고 생각한다" "……네" 긴장을 보이며 경직된 로제마인의 얼굴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유레베를 쓴 적이 있는 사람을 몇명 알지만 열흘에서 계절 한개 분량이었다. 그래서 주위의 변화에 당황하는 로제마인의 마음을 솔직히 모르겠다. 오히려 언제 일어날지, 정말 눈을 뜰 수 있냐고 계속 걱정했던 근시의 심정을 나는 잘 알고있다. "로제마인, 네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너의 근시는 모두 네가 깨어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네가 남긴 지시에 따라 신전장실, 고아원, 공방을 관리했다. 네가 깨어나면 좋아할 수 있도록 노력을 거듭하고 있었다. 그들의 성장을 두려워하지말고 격려하거라" "네" 대답하면서 로제마인은 활짝 웃었다. 그 모습은 내가 알고있는 로제마인의 모습이었다.